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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소설/영어

mohalka mohalka.com 2015.12.31 17:52


거대한 무대 위에 환한 미소를 띈 여자가수들이 빠른 음악에 맞춰 추고 있었다. 화창한 봄날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거대한 경기장을 가득채운 관객들 또한 웃고 떠들고 박수를 치며 무대를 즐겼다. 경기장 전체를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 연인과 함께 손을 잡고 수다를 떠는 사람들, 친구들과 함께 맥주를 마시며 시시껄렁한 잡담에 웃음을 찾미 못 하는 사람들, 자주 찾아오지 않는 이 공연이자 부지런한 사람들만이 볼 수 있는 이 공연을 보기위해 모여든 사람들은 오늘 하루, 다른 주말과 다를 것 없는 이 주말을 사람들보다 더 특별하게 쓰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여자 가수들의 무대가 끝이나고 사회자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그녀는 관객들에게 가수들의 무대가 즐거웠는지 물었다. 관객들의 대답이 듬성듬성 터져 나오기 시작하자 마자 지금까지 열성적으로 무대를 밝혀준 가수들에게 큰박수를 부탁하며 가수들을 무대에서 내려 보냈다. 사회자의 얼굴에도 약간의 격앙이 비추었다. 그녀는 그날의 주요행사를 곧 시작한다는 말을 그녀를 둘러싼 경기장에 던졌다. 그러자 우뢰와 같은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왔다.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는 사람부터 옆사람에게 하던 일을 멈추고 무대를 보라고 말하는 사람까지 거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무대로 쏠렸다. 따듯한 햇살로 가득한 경기장에 사람들의 뜨거운 열기가 더해졌다. 


관람석의 열기가 무대로 쏟아지고 있을 때, 경기장 내부의 어느 한 복도에는 비스듬히 세워진 일인용 침대 세개가 서있었다. 침대는 한 사람이 누우면 거의 공간이 남지 않을 정도였다. 각 침대에는 한 사람씩 입에는 재갈을 물린채 전신이 결박되어 묶여있었다. 간신이 고개만 까딱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각 침대 옆에는 사람이 묶인 침대를 무대로 끌고 나갈 경비원들이 두명씩 붙어있었다. 맨 앞, 경비원들의 수장즘 되는 사람의 입에서 대기 하라는 명령이 나왔다. 경기장의 활기를 띈 환호성이 조용하고 어두운 복도까지 흘러들어 수장의 말이 온전하게 들리기 힘들 정도였다. 그리고 대기라는 명령이 나온 후 얼마지나지 않아 수장은 다른 경비원들에게 수신호를 내렸고, 맨 앞 침대부터 서서히 복도 밖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빛이 들어오는 입구로 침대들은 일제히 나아가기 시작했다. 밖으로 나온 경비원들과 침대에 묶여 있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눈살을 찌푸렸다. 첫 침대가 모습을 드러내자 관객들의 환호성은 괴성에 가까울 정도로 커지기 시작했다. 관람객들은 사람들이 묶인 침대를 보며 목청것 야유를 하며 박수를 치기도 했으며, 환호성을 지르며 침대를 반가워 하기도 했다. 침대는 경비원들의 손에 이끌려 무대로 나아가고 있었다. 무대로 가까워 질 수록 침대에 묶인 사람들의 움직임 또한 격렬해지기 시작했다. 격렬하게 움직이는 부분이라고는 머리 뿐이었고, 게다가 그나마 움직임이 허락된 목 위로도 자유롭게 움직일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아 고개를 마음대로 흔들기조차 할 수 없었다. 사람들의 눈에는 그들의 그런 모습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관심도 없었다. 침대가 무대에 오르고 일정한 간격을 맞추어 가지런히 놓여졌다. 그리고 정면으로 보이는 곳으로 향하게 끔 놓여졌다. 무대에 올라온 침대를 뒤로 하고 사회자가 앞으로 나와섰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여러분, 드디어, 마침내 주요행사를 진행할 때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밝고 톤이 높은 목소리로 주요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그녀는 지금까지 해온 행사의 역사와 목적에 대해 설명을 하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그녀의 말에 갈채와 환호로 반응하며 무대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침대와는 다르게 반대쪽에서 무대로 올라온 사람들에 대한 소개 그리고 겉치레성 이야기들로 무대와 행사 그리고 인사들에 대한 설명과 소개를 끝냈다. 그녀는 관객들의 환호성과 집중을 즐기며 가장 왼쪽에 있는 침대로 걸음을 옮겼다. 침대로 향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관객들은 진짜 행사의 시작이 임박했음을 알고 잔뜩 기대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그런 움직임만으로도 관람객들은 더욱 흥분하기 시작했다. 한 쪽 끝 침대에 다다른 그녀는 침대 옆에 서서 손에 들고 있는 메모와 침대에 묶인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는 남자의 죄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녀가 남자의 죄명을 하나하나 읽어 갈 때마다 관람석에서는 환호와 비슷한 무게의 야유와 욕설이 터져 나왔다. 입에 담기 힘든 욕설 또한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침대에 묶인 남자의 눈에는 겁이 가득차 있었고 움직일 수 없는 몸에 비해 그의 동공은 갈피를 잡지 못 하고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가득찬 눈물이 넘쳐 볼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남자의 죄명을 모두 읽은 사회자는 침대 쪽으로 더욱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는 관객들에게 흥분을 가라 앉히라는 몸짓을 하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자, 이제 죄수번호 9382의 반성과 유언을 들을 시간 입니다. 힘드시겠지만 흥분을 가라 앉히시고 약간의 정숙이 필요 할 것 같습니다." 사회자는 거대한 경기장을 둘러보며 각 관객에게 동의를 얻는 듯한 몸짓을 보였다. 그렇게 한 바퀴를 제자리에서 돌고 제자리로 돌아온 그녀는 남자의 입을 막고 있는 재갈의 한 부분을 잡았다. 재갈의 끝부분을 잡은채 잠시 멈추고 죄수번호 9382에게 짧고도 짧은 설명을 건냈다. 


"자, 당신에게는 이제 삼십초 가량의 반성과 유언의 시간이 주어질 것 입니다. 무엇을 말하던 당신의 자유겠지만 그 삼십초가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당신이 말 할 수 있는 시간이란 걸 기억하셔야 합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그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남자의 입에 있던 재갈이 풀렸다. 그리고 사방에 설치 된 전광판에는 한쪽에는 숫자가 그리고 남자의 얼굴이 담겼다. 그리고는 숫자는 삼십초부터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전광판에 숫자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관람석의 웅성거림 또한 잦아들기 시작해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남자는 흐느껴 울며 말을 하지 못 했다. 하지만 사회자는 그를 재촉하지 않았다. 남자는 사회자를 쳐다보려 노력했으나 사회자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지 않고 정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는 고개를 좌우로 움직여보려 했으나 그조차 여의치 않았다. 그리고 그도 앞에있는 거대한 전광판에서 숫자가 떨어지고 있는걸 볼 수 있었다. 남자는 흐느낌과 동시에 입을 열었다. 

"죄..죄송합니다...살..살려주세요...다시는...죄송합니다. 살려주세요." 남자는 고개를 숙이고 흐느끼며 호소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말은 많지 않았다. 그저 살려달라고 호소하고 외치는 것이 전부였다. 

"살려주십쇼...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미쳤었나 봅니다." 흐느끼는 목소리 때문에 반복되는 단어들조차 듣기가 힘들었다. 그런 그 남자를 보며 킥킥거리는 사람부터 울상이 된 사람까지 수천개의 눈이 그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전광판의 삼십초는 영으로 변했다. 전광판의 숫자가 영으로 변하자 마자, 사회자는 남자의 재갈을 다시 물렸다. 재갈을 물리는 동안 남자는 괴성에 가까운 호소를 외치려 노력했지만 허사였다. 그리고 그의 입에 재갈이 물린 사회자는 다음 순서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자 이제 집행의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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