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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소설/영어

역도의 정신, 몰입과 일상

mohalka mohalka.com 2013.11.15 08:00

 

 

종종 운동의 원리가 곧 삶의 원리라는 생각을 한다. 삶을 지배하고 조종하는 중요한 원칙들은 각각의 영역에서만 고립된 것이 아니라 서로 이어져 있으며, 한 영역에서 그 원리를 터득하고 자신 안에 체화할 수 있다면 그것을 다른 분야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운동이 그 활용도가 높은 이유는, 몸으로 배우기 때문이며 단순히 ‘관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몸 속에 녹여내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과거 중국의 고승들이 무도를 연마한 것은 이처럼 운동의 원리가 몸뿐만 아니라 마음을 다스리는 데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오월, 할 일이 없어진 나는 스스로를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일상속에서 할 수 있는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경험’이 뭔지를 고민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종로구에 있는 한 체육관에서 역도를 배우기 시작했다. 역도란 무엇인가? 땅에 있는 무거운 물체를 들어올리는, 인간이 두 발로 걷기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동작을 운동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인상(snatch)과 용상(clean&jerk)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운동이지만 그만큼 원초적이고 ‘코어’라고 부르는 중추 근육의 발달에 도움이 된다. 역도는 우리 나라에선 아직 생활 스포츠로 알려지지 못했지만 미국을 비롯 서양에서는 ‘크로스핏’의 인기만큼 역도 인구도 많고 피트니스 클럽에서도 역도 동작을 중요시한다. ‘중력’이라는 지구에 사는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큰 법칙을 거스르는 행위는 스스로를 한계까지 몰아붙여 보는 경험이라는 목표에 몹시 근접했다.

 

 

 

 

그리고 육개월 간의 강습을 통해 역도는 내가 추구하는 삶의 모습과 무척 많이 닮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리해보면 크게 두 가지. 첫번째는 '몰입'이다. 자신의 몸무게보다 무거운 바벨을 들기 위해서는 순간 폭발적인 에너지를 사용해 자세를 바꿔야 한다. 나는 이 행위를 '광기의 순간'이라고 불렀다. 이 동작은 광기에 가까운 에너지를 발휘해야 하고, 아주 깊숙하게 몰입할 수 있어야만 한다. 스스로의 에너지를 다 쓰는 것이다. 그리고 몰입하고 난 뒤에는, 자신이 과거에 들 수 없었던, 새로운 무게에 도전했음을 알 수 있게 된다.  자신의 숨겨진 에너지를 끌어내며 또 다른 나로 성장해 있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내가 변화할 수 있었던 순간에는 언제나 몰입이 있었고, 내가 모르는 내 모습이 새롭게 등장하며 새로운 자극을 주게 되었다.

 

 

두번째는 '일상'입니다. 역도에서 최고의 목표는 무엇일까? 역도에는 어떠한 형태의 대련도 없다. 그저 자신과의 싸움, 어제의 자신과 싸워 이겨 새로운 기록을 달성하는 것이다. 새로운 기록을 위해서는  규칙적이고 지루한 일상이 필요하다. 꾸준히 웨이트를 하고, 반복되는 훈련을 통해 루틴을 조금씩 확장해 나가는 노력이 기초가 된다. 때로는 실력이 전혀 늘지 않고, 발전없어 보이는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아이가 키가 클 때, 자신의 키가 자라는 모습을 알 수 없듯이 ‘광기의 시간’이 찾아올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일상’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역도를 마친 뒤 샤워하고 매점에서 포도주스를 마시곤 했다. 격렬한 운동을 마치고 규칙적으로 먹는 포도주스의 재미는, 나를 꾸준히 먼 체육관으로 나서게 만들었다. 그리고 내가 성실함을 중요시하고, 규칙적인 일상 속에서 매일 조금씩 스스로를 발전시켜 나가는 사람이 되고싶어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번 달에는 스쿼트 동작으로 100kg을 들게 되었다. 언젠가 스내치 100kg을 들 수 있게 되는 날이 올까? 중요한 건 내 한계를 확인해보는 순간이 찾아오자 그 한계가 의외로 멀리있음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삶의 다른 영역에도 적용되는 순간일 것이다. 언젠가 삶의 다른 영역에서도 100kg을 들 수 있기를! 건투를 빈다.

 

                                                                                                           by Woo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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