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수필/소설/영어

[고소한 거짓말]

mohalka mohalka.com 2013.10.29 13:13




닐 암스트롱이 왼발을 뻗어 달 표면을 처음 밟았을 때, 김연아가 벤쿠버 올림픽 결선에서 트리플 악셀의 쇼트를 마무리할 때, 아마 지금 내 기분이었을 거다. 나는 오늘 신을 만난다.


정확히 십 년, 내가 이곳 신앙촌의 정식 사제가 된지 십 년 만이다. 신을 알현하는 사람 중에는 최연소라 한다. 지난 수 년 간의 고행들, 오직 믿음 하나로 버텨온 기도와 묵상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나는 몇 주 전부터 목욕 재계하고 대사제님의 특별 교육을 받았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해박한 지식으로 신의 권능을 세상에 직접 실현하고 있는 대사제님은 몇 가지 주의 사항을 알려주셨다. 오로지 믿음으로 신을 대할 것, 신을 절대 놀라게 하지 말 것, 그리고 눈 앞에 어떤 일이 펼쳐지더라도 절대로 놀라지 말 것……





극소수의 최고위 성직자들이 함께한 자리에서 신은 멀리 제단 위에서 모습을 드러내셨다. 화려한 장식의 계단과 도금된 권좌, 온갖 산해진미로 치장된 벽을 마주하고 마침내 제단에 올라갔다. 나는 제단 위에서 비단 방석과 그 위에 놓여진 작은 유리통,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뚱뚱한 메뚜기 한 마리, 신을 목격했다.


“뭘하는가! 어서 신께 경배를 드리지 않고!” 성직자들은 내게 화를 냈고 나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신의 어린양, 오늘 처음으로 인사드립니다!” 나는 인사했고 사제들은 모두 한 목소리로 기도했다. 메뚜기, 아니 신께서는 기도에 화답하듯 푸드득거리며 날아오르셨다. 나는 혼란에 빠져 대사제님을 쳐다보았다. 그는 단호한 눈빛으로 내게 신은 대자연의 권능과 축복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자신도 처음 신을 봤을 때 몹시 놀랐지만 신은 우리에게 친숙한 모습으로 세상에 온 것이며,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명심하고 마음으로 믿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신을 바라보았다. 어린 시절 자주 뒷산에서 보았던, 또 가끔은 구워먹었던 메뚜기와 흡사한 듯 했지만 어쩐지 특별한 모습도 보이는 것 같았다. 지금껏 신의 존재를 비밀로 한 이유가 이런 모습 때문이냐고 물었다. 대사제는 표면밖에 보지 못하는 뭇 백성에게 신은 너무나 고차원적이기에 대중에게 혼란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것이 우리 종교가 지금껏 비밀을 간직하는 이유이며 모든 것은 조화롭게 흘러왔고 이 비밀을 깨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덧붙였다.


“한 명을 속이면 범죄자가 되지만, 100명을 속이면 의인이 되고, 10 만 명을 속이는 일은 거짓을 넘어선 더 큰 진리, 사실을 넘어선 진실이 된다”


나는 머리가 아팠다. 다시 눈앞에서 천천히 몸을 움직이는 신을 바라보았다. 신과 눈이 마주쳤다. 얼마 전 TV에서 본 메뚜기를 닮은 한 연예인이 생각났다. ‘그럼 그자는 신의 혈통인가……’ 더욱 머리가 아팠다. 조용히 손을 뻗어 신의 몸통을 붙잡고 들어올렸다. 갑작스런 나의 행동에 사제들은 패닉에 빠졌다. 근위대가 달려왔지만 내게 함부로 접근하지 못했다. 신을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신을 들여다 봤다. 그리고 수 년간, 언제나 닮고 싶었던 대 사제를,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는 입을 굳게 다물고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나는 천천히, 신의 뒷다리를 떼고 몸통을 입에 넣고 씹었다. “와그작!” 신은 생각보다 고소했다.


그 날 이후 나는 신전 최하층에 위치한 감옥에서 처분을 기다리며 무료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소문에는 비밀 요원들이 파견되어 새로운 신을 찾아내기 위해 잠자리채를 든 채 궁정 뒤 풀숲을 뒤지고 있다 전해진다.

                                                                                                                                                    by woody




댓글
댓글쓰기 폼